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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2월 9일 ~10일, 금주 40일~41일째, 설 명절 연휴

by SSODANIST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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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지 않기 시작하고 첫 명절이다.

예전의 명절들 처럼 무언가 특별한 느낌은 없다.

느낌이 조금씩 없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작은 의미와 기쁨 그리고 익숙한 일상들에서

갑자기 무뎌진것 같은 느낌이라 좀 슬프다.

그러지 말아야지 여러 번 다짐했는데 쉽지 않다.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가고

신경쓸일이 많아지고 풍파를 겪다 보니 일상의 소중함에

반응을 하는 감정이 많이 사라지는것 같다.

어찌보면 설날은 살아가면서 아무리 많아도 100번정도의 특별한 이벤트 인데

이것을 별 느낌없이 넘기는것이 좀 이상하기는 하다.

인생에 100번이면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일텐데...

작고 익숙한 것들을 소중히 하는것이 어려운 일인것 같다.

 

아직도 머리속에는  설날하면 기억속에 깊이 저장되어있는 고유의 장면들이 있다.

폭설(이건 어린시절을 강원도에서 보냈기에 더 특별한 것 같다)

그리고 떡국, 한복, 새배, 북적이는 사람들, 설날노래, 함박웃음

그리고 풍성하고 행복하고 따뜻한 느낌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풍성하고 행복한 순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각종 종류의 "술"들 

어쩌면 금주를 하기 이전의 명절은 술.술.술. 이었던것 같다.

하루는 고향친구들과 나머지 시간은 가족들과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좋은 음식과 술마시는 재미에

명절 연휴를 늘 알콜이 충만한 상태로 지냈던것 같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러한 분위기도 한결같지는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있었던것 같다.

술을 나보다도 더 즐기셨던 아버지가 수술을 하시고 7년전 술을 끊으셨고

여전히 술은 입에도 안대고 계신다.

주량이 나보다도 더 강하셨던 아버지가 안드시니 가족이 모여도 절대적으로 술을 마시는 양이 줄어들었다.

뭐 사실 가족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두 말술이라 그 양만큼은 자랑할만했는데 ㅎ

 

명절의 술 시간표는 늘 비슷하게 짜여져 있었고 거의 똑 같은 패턴이었다.

고향에 가면 그날은 고향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늘 조금만 마시고 돌아오겠노라고 이야기 하고 나가지만

오랫만에 모인 친구들과 어찌 쉽게 해어 질수 있겠는가?

짧은 시간 반가움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들이부어서 알콜을  충만히하고나면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와서 이미 진행중인 술자리에 끼어서

가족들과 추가로 몇병을 더마시고 쓰려져 잠이든다.

다음날 아침에는 제사가 있어 일어나기 싫지만 억지로 눈을뜨고

숙취로 고생을 하면서도 음복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술이 덜 깬상태에서  낮에도 저녁에도 음주는 이어지고 2박 3일을  알콜에 절여져서

명절을 마무리 하고 올라왔던것이 명절과 술에대한 기억이다.

돌아보면 추억이기는 한데 또 한편 그 고통스러운 숙취를 어떻게 참고

술을 마시고 또 마시고 했는지도 정말 신기하다.

 

이번 명절도 비슷한 시간표 였지만 보내는 방법은 아예 달랐다.

친구들을 만났지만 술을 안마시니 자리가 일찍 끝났다.

술을 함께 하던 친척분들도 건강 때문에 이번 명절에는 못 오셨기에

집에서도 술상은 차려지지 않았다.

다과를 하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그리고 명절 당일 정말 오랫만에 숙취없이 제사 준비를 하고

음복도 없이 맛있는 명절 음식을 함께 했다.

 

술 없이 어색 할 것 같았던 명절은 더욱 알차게 지나가고 있다,

술을 마시고 알콜에 의지를 했더것도 맞지만

어쩌면 술을 마시는 분위기와 특별함을 배가시켜줄 술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중독되어 있었고 의지하고 있었던것도 맞는것 같다.

이제 그 익숙함에 하나씩 맞서다 보니 해볼만 한 것이었는데

너무 술과 관련된 분위기,인연, 관계 등에  두려워 했던것 같다.

이제라도 스스로 눌려있던 강박을 벗어나니 한결 홀가분 하다.

 

이전에는 오랫동안 나 스스로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술로 정의 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정의해 가느냐가 숙제일것 같다.

20년이 넘도록 이어온 일반적이고 당연한 루틴을 거부하고

40중반에 술없는 명절을 보내며 또 세상 태어나 새로운 기쁨과 의미를 느끼고 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금주를 잘 이어 나가고 있어 다행이다.

 

명절과 연휴라는 어려운 순간 아직은 금주 중 이상무 

 

https://youtu.be/zPv36A78knA?si=kmEAVmcrIfi0BB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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