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사실 백수이기에 연휴랑 크게 관련이 없다.
이래도 휴일 저래도 휴일
매일이 휴일인 백수니까 ㅋ
벌써 백수생활 60일째다.. 시간 잘 간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다 놀 때 같이 노니까
죄책감 같은 것이 조금은 덜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오늘 하루도 더 알차게 잉여롭게 보냈다.
올해 추석이 좀 이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추석인데
더위가 물러설 생각을 안 한다.
14호 태풍 풀라산이 더운 공기를 몰고 올라와서라고 하는데
이놈은 올라왔으면 한번 시원하게 비라도 뿌리면 좋을 텐데
더운 공기만 잔뜩 밀어 올리고서는
이번에도 좌향좌하여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날씨는 더워 죽을 지경이지만
더워서 태풍이 안 오니 피해가 없어 다행이긴 한데...
이래도 저래도 모두 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인듯하다.
13호 태풍 버빙카의 피해가 아직 수습도 안되었는데
다시 중국으로 향하는 태풍 때문에
중국은 비상상황이라고 한다.
불과 2시간여 거리에서 정말 다른 매일을 우리는 살고 있다.
어쨌건 일상으로 돌아왔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운동을 한다.
책상 위에 서평 쓸 책이 가득이다.
일어나자마자 레몬수 한잔 마시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볕이 뜨거워 커튼을 모두 닫았더니
마치 저녁인 것처럼 깜깜해 스탠드를 켜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다.
예전에 책 읽을 때는 스탠드도 독서대도 사용을 안 했는데
이거 사용하기 시작하니 없으면 책을 못 읽겠다.
버스에서 가끔 책을 보다 보면 고개가 끊어질 듯 아프다.
역시 문명의 발전과 기구의 진보는 사람의 몸을 편하게 한다.
책을 좀 보다가 명절 때 먹은 지방들을 좀 분해해 보려
체육관으로 향한다.
오후에는 강남에서 약속이 있어
빨리 운동을 하고 좀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할 예정이다.
집 앞에 길을 건너는데 이젠 정말 하늘도 구름도 완연한 가을이다.
그런데 날씨는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하고 혼자 여름이다.
이런 날씨가 지속된다면
3월 ~ 4월 봄,
5월 ~10월 여름,
11월 가을,
12월 ~2월 겨울
이렇게 계절이 재편이 될 것 같다.
절기도 바뀌어야 하고 기념일들도 변해야 한다.
기후가 정말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24년이다.
역시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연휴 내내 과식과 폭식 과음 등으로 잘못한 몸에게
속죄라도 하려는 것인지
열심히 땀을 흘리는 한 무리의 회원들이 보인다.
좀 덜먹고 덜 마시면 될 것을
늘 먹고 후회하고를 반복하는 인간군상들...
나도 그런 인상 군상이자 인간 진상중 한 명이기에
후회하며 땀을 쏟아내며 유산소를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쇠질...
역시 많이 먹었더니 몸이 무겁다.
소식이 살길인데 단백질 섭취를 핑계로 지속과식 중이다.
그냥 단백질 파우더랑 닭가슴살을 사서 먹을까 고민이 된다.
음식으로는 채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두 시간여 땀을 시원하게 흘리고
조금은 마음에 위안을 가져본다.
몸아 미안하다.
운동에서 돌아와 바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저녁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향한다.
차를 가져가면 한 시간은 절약이 되는데
버스를 타고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하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니
시간이 2.5~3배는 더 들어가는 것 같다.
타자마자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송파 사우론 타워가 보이는데
그 모습이 제법 하늘과 어우러져서 멋져 보였다.
개인적으로 혼자만 우뚝 솟아 있어
늘 기괴하고 별로였는데
살다 보니 저 건물이 괜찮아 보일 때가 온다.
삼성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별마당에 잠시 들렀다가
파르나스로 이동하여 그림을 보고 있었다.
분명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만나자마자 배가 고프냐고 물어보셨다.
괜찮다고 했는데.....
(난 저녁 먹을 생각에 운동 마치고 배가 고팠으나 빈속에 왔다.)
본인은 3시에 피자를 먹어 속이 더부룩하다고 한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먹지 말고 나와야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뭐 그런 건 별로 따지고 그러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하고 파르나스 로비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셨다.
다음 여정을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위한 자리였다.
몇 번의 미팅을 하고 팀의 회식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거의 한 달간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 같다.
오늘 결론은 죄송하지만 건승을 빌며 고사했다.
좋은 사람, 괜찮은 아이템과 비전이 있는데
내가 지금 조인하기에는 너무 얼리 스테이지다.
역할이 겹치고 정치가 일어날 수 있다.
결국은 힘들지만 대표자가 조금 더 끌고 가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 시점에 나는 대표에게 부담이 된다.
찝찝한 시작은 좋은 결말을 기대할 수 없기에 포기했다.
오해 말라 절대 저녁 안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ㅎ
그렇게 약 3시간가량을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죄송하기도 하고 마음도 좀 그래서
순댓국에 소주나 한잔 할까 하고
코엑스 뒤편으로 나갔는데
휴일의 끝이라 모두 문을 일찍 닫았다.
베럴을 갈까 생각했지만 뭔 청승인가 싶기도 하고
https://place.map.kakao.com/1044855043
삼성동에 위스키 덕후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몰트바가 있다.
가격도 많이 안 비싸고, 뭐 비싸기는 하지...
안 비싸다고 위안을 가져본다 ^^;;
안주도 맛있고
좋은 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특히나 입문 코스가 제법 괜찮다.
예전에 몇 번 가봤는데
1차 하고 위스키 한두 잔 하기에는 정말 좋다.
사장님이 위스키에 대한 설명과 추천도 잘해주신다.
그런데 오늘은 명랑하게 술 추천받아 마시고픈 생각은 없었다.
https://youtu.be/HcZyCl98mhI?si=WnXyf_wiEZLCImCU
뭐 이런 모습을 상상해 봤다.
난 쓸쓸함 말고 "고독함 한잔" ㅋ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오늘은 코엑스도 왠지
기분이 별로 인 것처럼 보인다.
늘 화려함이 퍼스널 컬러였는데
오늘은 왠지 스산해 보인다.
기분 탓이겠지...
뭔가 끝이 있으면 다른 시작이 있다.
늘 끝을 기억하고 시작에 집중하면 된다.
그뿐이다.
미안하고 죄송한 감정은 오늘에 묻어두고
내일을 다시 힘차게 살아가련다.
실패하고 놓친 기회들보다 어쩌면
더 많은 기회와 성공이 기다릴 수도 있으니.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다.
연휴에 모두 행복했길 빈다.
다시 시작할 일상 충전된 에너지로
꽃길만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대들의 건투를 기원하며
새로 시작될 계절 가을을 격하게 응원한다.
당신의 오늘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추억은 추억만 하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꾸라.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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